서평 에세이
전하지 못한 엄마의 편지
그림 그리는 작가
2020. 3. 9. 14:36
엄마는 글을 배우고 싶었다.
딸의 책을 읽고 싶었고 자신의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가족들 모두에게 작별편지를 쓰고 싶었으나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하지 못했다.
어느 날 아픈 머리를 감싸며 다짐을 하기도 했네. 딸이 쓴 책을 한권쯤은 읽어놔야겠다구 말이오. 아픈 머리를 싸안고 글을 배우러 다니기도 했소이. 계속할 수가 없었네. 글을 배우러 다니면서 상태가 급속돌 더 나빠졌으니. 글을 배우게 되면 딸이 쓴 책을 내 눈으로 읽는 거 말고 한 가지 더하고 싶은 일이 있었네. 내가 이리되지 전에 식구들 모두에게 각각 작별편지를 쓰는 것.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창비 2008, 239쪽)
책을 읽는 내내 먹먹함이 가슴이 메였다.
엄마도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것에 대해 때론 항아리뚜껑을 깨면서 끝까지 순응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우리는 엄마도 잊고 살고 또 잃고 사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