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에세이
자화상 그리기
그림 그리는 작가
2020. 12. 21. 06:00
일기는 내 기억으로 11살 때부터 썼다.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한건 5년 정도 됐다.
매일 일기를 쓰면서 나는 한 번도 내 일기를 다시 읽지 않았다.
일기장을 들추지 않은 건 덮어 놓은 지난날의 치부를 정면으로 보고 싶지 않았기에 방치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자화상을 그리는 화가는 용감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 자신을 내 얼굴을 정확히는, 내 눈을 정면으로 보면서 그릴 자신이 없었기에 자화상을 그린 화가들을 보면 모델비가 없어서 자신을 그렸다지만 나는 그들이 자신에 대한 용기가 있어 그린 건 아닐가 하는 생각을 한다.
자신의 내면을 대면할 수 있는 용기
나는 이제 안다. 부족하고 실수하고 실패하는 나 역시 자신의 일부임을. 아무리 잔인하고 고통스럽더라도 나 자신에게 정직해져야만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는 것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지음 ⌜화양연화 THE NOTES 2⌟ 2020, 281쪽)
아직도 나를 그린다는 건 나에게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일기를 다시 읽는다는 건 민낯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인지해야하는 과정이다.
쉽게 할 수 없었던 과정이지만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 읽다 다시 덮었다.
10년과 똑같이 반복된 삶을 살고 있는 내 모습에 놀라 일기를 덮었다.
어떻게 이렇게 변화를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면서 내 자신에게 놀랐다.
나의 지루한 용기 없음에
나는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