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수밖에 없는 이유
내가 써야 하는 사람이란 것을 늦은 나이에 알게 됐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학교에서 일기 검사를 했다. 당시에는 일기 쓰기가 숙제였다.
내 기억에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검사를 받았던 것 같다.
그게 계기가 돼서 초, 중, 고 일기를 계속 썼고 졸업을 하고도 썼다.
매일 쓰지 않았지만 쓰려고 노력을 했고 5년 전부터 매일 쓴다.
일기를 쓰면서 위로받고 생각을 정리한다.
일기장 속 나는 담대하지 않고 소심하고 여기 저기 흔들리고 끊임없이 같은 말을 마음이 풀릴 때까지 반복한다.
타인에게 같은 말을 내 마음이 풀릴 때까지 반복한다면 지겨워 상대도 해주지 않을 것이다. 내 스스로도 지겹다 할 정도로 많이 반복한다.
일기장을 벗어난 나는 모든 상황을 그 안에 쏟아 냈기 때문에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데도 주변에서는 나를 담대한 사람으로 본다.

왜 글을 쓰는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소통하기 위해서? 기록을 위해서? 쓰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써야 하니까?
김대중 대통령은 글을 쓰는 게 기쁨이라고 했다. 누군가를 향해 내 뜻을 펼치는 게 설렘이라고 했다. 글을 쓰는 일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준다. 생각이 정리되고 공부가 된다. 위로와 평안을 준다. 용기를 얻는다. 무엇보다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 스스로 성찰하게 된다. 가슴속에 맺힌 것이 풀린다.
(강원국 지음 ⌜대통령의 글쓰기⌟ 2014, 311쪽)
나는 쏟아내야 하는 사람이다.
속에 담아 놓으면 무겁고 아프다.
슬픔도 아프고 기쁨도 아프다.
그 아픈 응어리들이 머릿속을 가슴속을 마구 돌아다니면서 버겁게 하고 벅차게 한다.
어디라도 덜어내야 무거웠던 생각이나 상념들이 가벼워진다.
상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 지치고 넘어질 때가 있다.
넘어지기 전에 나는 모든 것을 일기장에 내려놓고 내 얘기를 한다.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