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서평 에세이

연필로 쓰기

그림 그리는 작가 2020. 2. 10. 16:53

우연히 TV에서 책을 접하고 책의 제목만 보고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 줄 알고 샀다.

그렇게 1년을 묵히고 읽기 시작했다.

70년을 살아 온 작가님의 산문이다. 어찌 보면 일기라고 해도 좋다.

70년을 넘게 살고 있는 작가님은 주변이 흥미로우면서 평화롭기를 바라신다.

흥미로운 일에는 메모를 일상적으로 하시고 안타까운 일에는 마음을 다해서 애석해 하신다.

 

작가님의 책 중에 칼의 노래는 읽다 포기를 했었다.

이 책에 내 마음의 이순신에서

 

그는 부지런하고 꼼꼼한 기록자였지만, 매맞고 백의종군하는 자신의 내면에 관해서는 한 글자도 쓰지 않았고, 술자리에서 부하들에게 일언반구도 말하지 않았다.

(김훈 연필로 쓰기문학동네, 2019, 101)

 

어머니와 아들의 죽음에 통곡했지만 부인의 일은 일기에 기록하지 않았다.

(같은 책 136)

 

김훈 연필로 쓰기 문학동네

70대를 살고 계시는 작가님의 감성을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전부 이해 못하지 못했다. 나도 나이가 들고 더 늙어지면 작가님이 보는 세상처럼 때론 아련하고 때론 흔들리는 바람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갈대처럼 모든 게 편하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를 멈추게 한 부분이 내 마음의 이순신 이다.

 

나도 일기를 쓴다. 어려서부터 일기는 꾸준히 썼다.

내 기억에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일기장이 있으니 그때부터 일 것이다.

몇 년 전 부터는 일기를 매일 쓴다.

 

나는 이순신 장군님처럼 그렇게는 못쓴다.

어떻게 자신의 내면에 대해서 한 줄도 안 쓰셨지 ???

내 일기장은 나의 대나무 숲이다.

모든 얘기를 그 곳에 한다.

주변에 맘에 안 드는 일, 맘에 안 드는 사람, 맘에 안 드는 내 행동 등 모든 걸 쓴다.

내 머릿속이 쿵쾅거리면 계속 대나무 숲에서 지껄인다.

쿵쾅거림이 없어 질 때 까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계속 떠든다.

 

이것이 정서 명명하기(affect labeling)’ 라고 한다.

이렇게 적다 보면 생각이 정리가 되고 부정적인 정서일수록 효과가 크다고 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자체가 무엇인지를 서술할 때 자신도 모르게 자기절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고영성 어떻게 읽을 것인가스마트북스 p208)

 

그로 나는 내 정서가 차분히 질 때 까지 계속 일기를 쓸 것이다.

 

 

 

 

'서평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부의 정의  (0) 2020.02.24
  (0) 2020.02.17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0) 2020.02.03
바람을 뿌리는 자  (0) 2020.01.20
독서는 소금물을 마시는 행위  (0) 2019.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