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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에세이

예쁜 손글씨

그림 그리는 작가 2023. 3. 29. 12:09

노아는 리사에게 관심을 갖기 전에 그녀의 아름다운 글씨체를 먼저 알아차렸다. 숫자 2()를 그렇게 쓰는 여자라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리사가 쓴 가지런한 두 선을 표의문자의 획들이 담긴 보이지 않는 상자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리사가 청구서에 평범한 글을 적어놓아도 노아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다시 읽었다.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토록 우아하게 글씨를 쓰는 손에 춤추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민진 지음 파친코2인플루엔셜 2022, 179)

 

 

손글씨를 정갈하고 생동감 있게 싶은 욕심이 있다.

요즘은 손글씨를 쓰는 경우가 드물다. 편지 대신에 이메일을 보내고 SNS에 글을 올리니 손글씨는 더더욱 쓰지 않는다.

 

나는 일기를 손글씨로 쓴다.

글씨는 때에 따라서 변한다. 그날 기분에 따라서 종이 질감, 펜의 종류에 따라서 모양과 형태가 조금씩 달라진다. 거칠게 휘갈겨 쓸 때가 있고 꼬리를 길게 끌면서 쓰거나 아주 작게 쓰는 날도 있다. 때로는 정갈하게 쓰고 싶어 애쓴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글씨는 그사람의 얼굴과 성격을 닮은 것 같다. 어떻게 쓰냐에 따라 그날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몇 년 전 F-4비자를 받기 위해 재외국인 교육을 한 적 있다.

그중 한 여자분이 한자를 너무 예쁘게 썼다. 획도 많은 그 빽빽한 글씨를 작은 칸 안에 흩트리지도 뭉개지지도 않게 썼다

 

어느 날 자주 가는 중고책방에서 책을 한 권 발견했다.

챕터마다 종이를 오려 붙어 좋아하는 사람한테 자기의 마음을 표현한 쪽지편지였다.

글씨체가 너무 예뻐서 책 내용과 상관없이 그 책을 샀다.

이 책을 받은 사람은 읽었을까? 왜 이 책이 중고책방에 나왔을까? 상상하면서 예쁜 글씨에 매료돼 책을 사서 읽었다.

손글씨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각자의 개성처럼 글씨도 사람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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